이제 우리에게 분명 암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민도 생애 암발생률이 약 35% 정도이고 이중 절반이 사망한다고 하면 대략 우리 국민의 18%는 암으로 사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특정 암은 치료율은 90% 이상이고 점차 생존율이 높아져 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암도 정복이 될 것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약 18%의 암사망율은 우리가 10명 중의 1~2명으로 암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우리 가족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니 말입니다.
이번엔 이와 관련된 질문이 있어서 생각해 보려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위험요인이 있습니다. 가끔은, 비오면 큰 아들 걱정, 해가 나면 작은 아들 걱정하시는 부모님처럼 지나친 걱정으로 사는 것은 아닌가하고 혼자 되묻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모든 걱정 중에 건강에 관한 것이 가장 크기 때문에, 결국 살아가면서 암에 걸릴 수 있으니 하나하나 살펴가며 가능한 모두 그 원인이나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도 말씀하셨듯이 저선량 방사선에 노출된 인구집단에서 암 발생률은 연구마다 일관되게 증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연구결과의 대부분은 저선량 방사선 노출에 의한 암 발생률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시설에 근무한 직무종사자를 대상으로 많은 역학연구가 수행되어 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 원전 종사자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여, 일본, 프랑스, 호주, 독일, 인도, 핀란드, 슬로바키아, 벨기에, 스페인 등 여러 국가의 종사자 연구에서 직업적 방사선 노출에 의한 암 위험의 증가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2005년 국제암연구소(IARC) 주관으로 15개국의 원자력시설 종사자 약 40만 명을 통합하여 분석한 연구에서 방사선에 더 민감하다고 알려진 백혈병 위험의 증가는 없었는데 반해 고형암 위험의 증가가 보고되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 연구자들은 자료분석 시 폐암 등에 영향을 미치는 흡연에 대한 고려가 없었습니다. 또한 종사자들의 선량값 추정에 문제가 있었던 캐나다를 제외하고 분석하니 고형암에서도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하며,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자신들의 연구결과가 갖고 있는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이후에 국제암연구소는 미국(원전 종사자 제외), 영국, 프랑스 3개국의 원자력시설 종사자 약 30만 명을 대상으로 암 사망을 분석하는 후속연구(INWORKS)를 진행하였는데, 직업적 방사선 노출량에 비례해서 암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연구결과를 두고 저선량 방사선과 암 위험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종사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20 mGy 정도의 저선량에 피폭되었지만 실제 개인별 선량은 0~1331.7 mGy 범위에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암 사망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 것은 200 mGy 이상의 선량에 노출되었을 때였습니다. 연구자들도 0~100 mGy 수준의 방사선량에서 연관성은 정확하지 않다고 그 한계를 밝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벤젠, 석면, 흡연 등 방사선 이외의 유해 요인에 대한 고려가 없었고 의료방사선 노출량을 간과한 점 등을 들어 암 위험이 실제보다 과대 추정되었을 것이라 반박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결과만을 갖고서 저선량의 방사선 노출에 의해 암 위험이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참고자료
- Howe et al. (2004) Analysis of the mortality experience amongst U.S. nuclear power industry workers after chronic low-dose exposure to ionizing radiation. Radiat Res. 162(5):517-526.
- Schubauer-Berigan et al. Cancer Mortality through 2005 among a Pooled Cohort of U.S. Nuclear Workers Exposed to External Ionizing Radiation. Radiat Res. 2015;183(6):620-31.
- Akiba et al. (2012) The third analysis of cancer mortality among Japanese nuclear workers, 1991-2002: estimation of excess relative risk per radiation dose. J Radiol Prot. 32(1):73-83.
- Metz-Flamant et al. (2013) Mortality associated with chronic external radiation exposure in the French combined cohort of nuclear workers. Occup Environ Med. 70(9):630-638.
- Habib et al. (2006) Cancer incidence among Australian nuclear industry workers. J Occup Health. 48(5),358-65.
- Cardis et al. Risk of cancer after low doses of ionising radiation: retrospective cohort study in 15 countries. BMJ. 2005;331(7508):77.
- Leuraud et al. Ionising radiation and risk of death from leukaemia and lymphoma in radiation-monitored workers (INWORKS): an international cohort study. Lancet Haematol. 2015;2(7):e276-81.
- Richardson et al. Risk of cancer from occupational exposure to ionising radiation: retrospective cohort study of workers in France, the United Kingdom, and the United States (INWORKS). BMJ. 2015;351:h5359.
- Doss M. Response of Richardson et al : INWORKS study does not provide evidence for increase in solid cancers from protracted exposure to low doses of ionizing radiation. BMJ. 2015;351:h5359.
우리 국민 4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고 하니까 암 관련 뉴스가 나오면 관심과 걱정이 안생길 수 없어요.
특히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갈등이 심할 때 방사선 관련 뉴스는 더 민감한 것 같아요.
근데, 뉴스를 보면 암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소금도 그렇고, 미네랄도 그렇고, 많은 음식이 관련되어 있어요... 그렇다고 먹지 않을 수 없쟎아요?
소금도 많이 먹으면 암을 일으키는 것은 확실하고, 경향성도 확실한데, 어느 정도 먹으면 암을 일으키지 않는지 잘 모르거든요... 소금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방사선도 우리 주변에 늘 있으니 피할 방법이 없는데... 심지어 서울이 후쿠시마보다 자연방사선이 더 높다고 하니까...
저선량 방사선은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논문이 아주 아주 많은데,
굳이 암을 더 일으킨다는 몇 개의 논문 땜에 걱정하면서 사는 건 아닌 것 같아요...